3D 애니메이션의 역사 -1-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지브리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1997년 '원령공주'를 제작했는데, 거기에서 처음으로 3D 컴퓨터 그래픽스를 일부 사용하였습니다. 이 작품을 구상하는 데는 16년이나 걸렸고 제작도 3년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평화로운 생활을 하던 한 마을에 인간의 증오를 가지고 있는 재앙의 신이 나타나서 마을을 위협하고 이를 막기 위해 나선 아시타카는 재앙의 신을 물리치게 되지만, 죽음의 저주를 얻게 되죠. 그 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불길한 기운이 나온다는 서쪽으로 향하여 가다가 원령 공주인 산을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3D CG를 적용한 대표적인 예는 바로 이 주인공 아시타카의 팔목에 나타나는 뱀과 같은 촉수들이 꿈틀거리는 움직이는 그 장면이에요. 또 다른 예는 빠른 속도로 배경이 움직이는 장면들로 CG가 아니면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속도감이 잘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약 100장면, 시간으로는 한 15분 정도의 CG가 삽입된 장면들이 있었는데요. 물론 그중에 10분은 단순히 잉크 하고 페인트였고 5분 정도는 3D 렌더링이라든지 텍스쳐 매핑, 몰핑, 파티클 시스템 이런 것들을 사용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3D로 제작한 영상이 기존의 2D 영상과 이질감이 생기지 않도록 조화롭게 합성시켜서 더욱 입체감이 있게 하였습니다. 전혀 CG 같이 보이지 않는 CG 작업을 완성한 것입니다.
드림웍스의 첫 2D 애니메이션 - 이집트의 왕자
1998년 '이집트의 왕자'라는 작품이 있었죠. 이는 성경의 출애굽기 편을 각색한 드림웍스의 첫 2D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이건 2D 애니메이션이지만, 거기에 홍해가 갈라지는 그런 장면이 있는데, 스펙터클한 그런 장면이에요. 여기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성했는데, 파티클 시스템이란 것을 사용하였습니다. 장엄하게 갈라지는 물을 잘 표현한 거죠. 이 갈라진 홍해를 건너는 장면에서 한쪽에는 고래와 물고기 떼들을 볼 수도 있어요. 장관이죠. 이 갈라지는 홍해 장면을 완성하는 데 10명의 CG 애니메이터들이 2년이란 시간을 소비했다고 합니다.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한 '토이스토리'에서 두 번째 3D 애니메이션으로 작업한 것은 '벅스 라이프'입니다. 개미가 주인공이죠. 개미가 주인공으로 갖가지 흥미롭고 기발한 재치, 마치 사람처럼 느껴지는 섬세한 표정과 제스처. 마지막 NG 장면도 굉장히 재미있어요.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제작진은 작은 내시경에 사용하는 카메라를 숲 속을 촬영하면서 작은 개미의 눈에 보이는 숲의 세상을 재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기어 다니는 개미를 사람처럼 직립하여 걸어 다니게 했지만, 개미의 관절과 각각 몸의 형태, 기능 이런 거는 곤충 연구를 오랫동안 하고 있는 대학의 연구소의 자문을 받아서 섬세하게 제작했다고 합니다. PDI 재미있는 것은 똑같은 시기에 스필버그가 이끄는 PDI, Pacific Data Images라고 하죠. 여기에서도 개미를 캐릭터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어요. 똑같은 시기예요. 제목이 '개미'인데요. 평생 일만 해야 하는 일개미의 운명에 회의를 느끼던 어느 개미 한 마리를 주인공으로 해서 일개미와 병정개미로 구성된 개미 사회를 통해서 인간의 문명과 전체주의를 풍자한 그런 애니메이션이죠. 아까 '벅스 라이프'의 개미와 여기 개미가 똑같은 개미지만, 정말 다른 세계관이 그려져 있습니다. 모습도 아주 독특하게 다르게 되어있습니다.
소니 이미지 웍스의 ‘스튜어트 리틀’
1999년 소니 이미지 웍스의 '스튜어트 리틀' 영화에는 주인공이 9cm의 생쥐예요. 이 생쥐의 초기 디자인에만 5개월이라는 시간과 50명의 인력이 투입되었습니다. '스타워즈'의 존 딕스트라와 이미지 웍스 팀이 합류해서 특수효과를 연출했습니다. 코카 콜카 CF 북극곰 편으로 유명한 헨리 앤더슨이 애니메이션 감독을 담당했어요. 움직임은 마임 예술가의 퍼포먼스를 본떠서 만들었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에 의해서 금속성 질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스튜어트 리틀의 머리를 덮는 데만 50만 개 이상의 털을 그려냈고 배경과 상황에 따라서 조명과 질감에 각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여기에 사람의 얼굴 근육 구조를 복제해서 슈트어트가 눈썹을 올리고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이 자연스럽게 하도록 연출하였습니다. 그 쥐의 특성상 보면, 말할 때 귀를 이렇게 움직이고 콧등을 씰룩씰룩 하는 그런 게 있잖아요. 이런 거를 잘 살려내서 자연스러운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또 이 생쥐가 양복을 입고 나오는데, 그 장면에서 재킷이라든지 그 안에 있는 조끼 이런 거는 전문 양복을 디자인하는 테일러가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그렇게까지 할 게 뭐 있나 싶은데, 그렇게 했대요. 배우들은 디지털 배우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 사실 그 생쥐가 없잖아요. 배우들이 연기할 때. 그래서 합성수지로 만든 스튜어트의 모형을 두고 연습을 한 다음에 레이저 포인터를 사용해서 촬영했답니다. 9CM의 작은, 그것도 존재하지 않는 생쥐를 상대로 배우들이 막 말을 하고 또 울고 해야 되니까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리고 눈을 어디로 고정해야 되는지도 모르죠. 그러니 모형을 만들어놓고 연기를 해야 됐겠죠. 또 존재하지 않는 생쥐의 움직임을 레이저 포인터로 가르쳐서 연기자의 눈이 따라가도록 연기를 할 수 있었을 거 같아요. 거기에 등장하는 고양이가 있는데요. 고양이 이름이 스노 벨이에요. 이 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친칠라 고양이를 촬영한 뒤에 CG로 입모양과 표정을 입혀서 제작했어요. 그래서 그 고양이 몸은 원래 촬영한 그 고양이 실제고 얼굴 부분만 CG로 작업해서 거기 사용을 한 거죠. 그래서 고양이를 보면, 말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기법은 '베이브'란 영화에서 리듬엔 휴라는 스튜디오가 있는데, '베이브'란 영화에서 이런 기술을 개발했어요. 그 '베이브'라는 영화에서 보면, 돼지가 나와요. 몸통은 실제 돼지를 사용하면서 돼지의 입모양만 CG로 촬영해서 말하는 돼지를 만들었던 거죠. 그래서 이 고양이가 말을 하는 특수효과에는 노하우를 갖고 있는 리듬엔 휴에서 담당하였다고 합니다.
슈렉에서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
PDI는 이후 '슈렉'에서도 유감없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발휘하게 되었습니다. 3D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4년이라는 제작 기간이 소요되었으며, 인간의 움직임을 정교하고 완벽하게 표현하였습니다. 특히 피오나 공주를 완벽하게 생동감 있는 인물로 그려낸 것은 큰 성과로 주목됩니다. 그 괴물로 바뀌기 전의 피오나 말입니다. 그 예로 피오나의 굽이치는 머리카락. 저는 지금 머리카락이 짧네요. 1백만 개 이상의 디지털 조각으로 머리카락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요. 사실 이러한 머리카락은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토이스토리1'에서는 그 등장한 엄마는 머리를 묶어서 이렇게 다녔거든요. 거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그런 발전을 이룩한 거죠. PDI에서는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 63가지의 모델을 개발하였고 표정 연기를 위해서는 180개 또 몸동작을 위해서는 585개의 애니메이션 컨트롤을 사용했다고 하죠. 섬세한 움직임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동원된 기술이 놀랄 만하지 않아요? 배경이 되는 지역이나 시대도 다양하게 그리고 있죠. 또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매트릭스' 같은 데서 사용했던 유명한 영화를 심할 정도로 패러디한 장면을 많이 삽입하면서 유머를 더했습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2001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여러 장면을 CG로 작업한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 이 애니메이션을 볼 때 물론 그 기괴한 스토리텔링에도 감탄을 했지만, '2D 애니메이션인데 여기도 CG네? 여기도 CG인가?' 하면서 감탄했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CG 작업을 하는 사람이니까 '2D와 정말 잘 어울리게 표현했다. ' 속으로 박수를 막 치면서 감상을 했었으니까요. 그 장면들을 보면, 기차를 타고 주인공들이 여행하는 장면에 보이는 그 차창 밖 풍경은 아예 전형적인 3D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킬 정도로 확실했습니다. CG 팀을 관장하고 있는 가타 마 미쓰노리는 변화하는 바다의 표면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지목했다는 글을 제가 본 적이 있습니다. 전체 1,400여 개의 장면 중에서 100여 개의 장면이 CG 작업이었는데요. 한 2, 3년 정도 걸렸대요. 그 작업을 위해서 소프트 이미지 사의 기존 3D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를 사용했지만, 그뿐 아니라 자체적으로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사용했다고 합니다. 픽사의 '몬스터 주식회사'는 2001년 겨울 시즌을 겨냥한 3D 애니메이션으로서 자연스러운 털 렌더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털북숭이 설리반이 등장하죠. 서양 아이들이 밤중에 혼자 자는 걸 무서워하여서 만든 변명 중 하나가 이 벽장 속의 괴물에 있다는 데 거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습니다. 2013년에는 마이크와 설리반의 대학교 시절 모습을 그려낸 '몬스터 유니버시티'를 다시 내놓기도 했죠. 제가 픽사를 두 번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마다 픽사 로비에 설리반 하고 마이크 캐릭터가 딱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 여기 픽사에서는 원래 이렇게 이 인형을 여기 갖다 놓는구나. ' 이렇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공교롭게도 '몬스터 주식회사'를 발표한 직후인 2001년도와 또 '몬스터 유니버시티'를 발표한 직후인 2014년도에 제가 방문을 해서 그랬던 것입니다.
아이스 에이지
2002년도에는 '아이스 에이지'라는 작업이 있었어요. 20세기 폭스 사가 내놓은 야심 찬 CG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동안 '아나스타샤', '타잔' 이런 대작을 많이 내놓았는데, 애니메이션 부분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죠. 그랬는데 이 20세기 폭스 사와 디지털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인 블루 스카이 프로덕션이 함께 제작한 작품이에요. 이 '아이스 에이지'는 다섯 편의 시리즈까지 만들어졌죠. 장수 애니메이션이에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디즈니 하고 픽사가 이렇게 파트너라면, 또 드림웍스 하고 PDI가 파트너인 것처럼 지금 말씀드린 이 폭스 사하고 블루 스카이가 파트너로 영화와 CG 작업을 같이 합니다. 이 '아이스 에이지'는 털을 정교하게 렌더링 하는 3D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었습니다. 여기에 내용을 보면, 괴팍한 매머드와 게으름쟁이 나무늘보 또 음흉한 호랑이 이런 게 등장하죠. 그런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는데, 이 캐릭터는 시리즈 4까지 대사도 없어요. 그냥 그저 도토리만 찾아다니죠. 다람쥐 스크랫이에요. 제가 아주 좋아해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 아니에요? 블루 스카이의 창립자 가운데 한 명이 이 '아이스 에이지'의 감독인 크리스 웨지예요. 그는 12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대학에서는 영화를 공부하며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단편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몇몇 과학자들이 운영하고 있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회사인 마기에 취직하였는데요. 데이터로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그때 목격했어요. 크리스 웨지는 이곳에서 3D 애니메이션의 효시로 불리는 디즈니 프로젝트 '트론'에 참여했습니다. 그는 이때 이 3D 애니메이션이야말로 사람들이 미래에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몇몇 사람들과 1987년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를 설립했습니다. 픽사의 존 라세터하고 똑같은 생각을 한 거 같아요. 특수효과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음, 좀 차가운 느낌인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정도로 그런 사람들이 생각할 때 존 라세터는 '이 기술이야말로 애니메이션에 혁신적인 일을 할 수 있겠다.' 이런 확신을 가졌다고 했잖아요. 이 크리스 웨지도 같은 생각을 가졌나 봐요. 이후 블루 스카이는 상업 광고, MTV 로고 등 작업을 주로 했죠. 영화 '조의 아파트'에서 변기 위에서 춤추는 바퀴벌레를 CG로 만들었어요. 굉장히 많은 바퀴벌레거든요. 그래서 바퀴벌레들이 좀 징그러워요. 보기에 굉장히 불편하죠. 그런데 그들이 막 비누 위에서 미끄러지고 더러운 변기통에서, 왜 코 막고 춤추는 거 있잖아요. 싱크로나이즈 춤을 춰요. 정말 웃겨요. 좀 보기 힘들지만, 기회가 있으면 한번 보세요. '아이스 에이지'를 제작하기 몇 년 전 1999년 크리스 웨지 감독은 8년에 걸쳐 완성한 7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버니'라는 게 있어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 상을 수상하여서 블루 스카이의 명성은 아주 높아졌습니다. 이 '버니' 영상은 자기 집 주방에서 빵을 구우는 늙은 토끼가 털 나방의 습격을 받는데, 이 나방을 없애려는 재미있는 그런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죠. 이 버니를 제작하면서 정교한 털 표현과 빛 추적 묘사법, Ray Tracing Renderer을 연구하였어요. 이런 빛에 대한 연구 결과를 이 '아이스에이지'를 제작할 때 다 사용한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기법, 영화 특수효과, 애니메이션 효과 연구, 애니메이션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3D 애니메이션의 역사 -3- (0) | 2022.08.01 |
---|---|
3D 애니메이션의 역사 -2- (0) | 2022.08.01 |
광고 분야 스토리텔링 (0) | 2022.07.31 |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광고 분야에서 활용 사례 (0) | 2022.07.31 |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모티브, 소재, 테마) (0) | 2022.07.31 |
댓글